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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혁 칼럼] "矢人과 函人의 속셈"

전 금강대학교 총장

이영민 | 기사입력 2024/04/27 [11:52]

[김유혁 칼럼] "矢人과 函人의 속셈"

전 금강대학교 총장

이영민 | 입력 : 2024/04/27 [11:52]

 

 화살을 만드는 사람을 시인(矢人)이라하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을 함인(函人)이라 한다. 맹자의 설명에 따르면 시인(矢人)은 화살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이 화살을 맞은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만약 죽지 않는다면 어쩌나”(唯恐不傷人)하는 살상의지를 가지고 만든다. 그런가하면 함인(函人)은 갑옷을 만들 때 어떠한 화살에도 견디어야 한다는 사람 보호 의지를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다치지 말아야할 것을 염원한다(唯恐傷人).

 

그와 비슷한 이야기로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있다.

()는 창을 말하고 순()은 방패를 의미한다. 그 두 가지를 놓고 판매하는 장사꾼이 말하기를, 이 창은 어떠한 방패도 뚜를 수 있다하고, 이 방패는 어떠한 창도 막아낼 수 있다고 선전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하여 그 때부터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모순이라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와 순은 제품의 물리적 성능을 가지고 말한 것이지만, 시인(矢人)과 함인(函人)의 경우는 제품 속에 담긴 장인(匠人)의 마음을 두고 한 말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사회적 갈등비용이 무려 50조에 이른다고 한다. 갈등비용을 초래하는 이유는 모와 순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시인(矢人)과 함인(函人)의 문제다. 여기에 한국적 사회병리(病理)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례를 든다면, 국토도 작은데 그나마도 남북으로 분단되어있다. 분단되어있기 때문에 통일이 돼야, 하나 된 국토상(國土像)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토통일의 성취를 염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이라는 본질문제를 눈앞에 놓고서도 시인(矢人)과 함인(函人)의 의견과 행동방식은 내부 면에서 통일 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토와 민족은 양분되어 있는데 그 양분된 상황을 극복하자는 의도는 도리어 사분오열(四分五裂)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선후문제(先後問題)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본다면, 교육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이념이 건전한 대한민국의 국민상 건설인데도 불구하고 각 시도의 교유감은 불과 4년간의 임기 중 이른바 배년대계의 메인 스트림 을 바꾸려는 의도를 지닌 이가 적지 않은 듯하다. 따라서 그런 성향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외침도 강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도 사회갈등요인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통일문제이든, 교육문제이든, 헌법에서 천명한 기본정신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부터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엄격히 말해서 교육문제는 통일문제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주역(主役)이 교육을 받아서 성장할 미래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육이 통일문제보다도 중시해야할 이유는 국토는 분단되었지만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몸을 분단할 수 없고 마음을 분열시킬 수 없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운신(運身)하는 행동의 이중성이요, 마음의 균열상태일 뿐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건전한 국민상 추구는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혁신교육을 주장하지만 아직도 분명치 않은 것은, 다음 두 가지면에서 제기된다.

첫째 질문은 교육방법개선 문제를 놓고 하는 말인가?

둘째 질문은 교육의 방향설정문제를 놓고 하는 말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방법과 방향 중 어느 것이냐 하는 것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방법문제는 서울을 가는데, 버스를 타고 갈 것이냐? KTX를 타고 갈 것이냐? 하는 차량 선택의 문제다. 따라서 그것은 서울도착시간의 완급(緩急)에 관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방향설정문제는 그렇지 않다. 서울을 가는데, 동쪽으로 갈 것이냐? 서쪽으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은 서울이라는 목표지점을 바꾼다는 의도가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법선택의 문제와 방향설정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혁신이념 속에 담긴 기본적 추구목표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선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논어(論語)에서 말하기를, 정책을 다루는 자는 어떤 경우에도 사물(四勿)을 잘 지키라 했다. 사물(四勿)은 의....(意必固我)를 말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 혼자서만이 숨기고 있는 의도,

2, 혼자서만이 꼭 해야 한다는 독단,

3, 상항 적응을 꺼리는 아집.

4, 나만을 생각하는 배타심리 등는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한다는 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교육감 중에는 이른바 사물(四勿)을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정책을 일컬어 예부터 백년대계라 하거니와 그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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